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를 미리 예측하고, 친구와 지인의 취향이 무의식중에 나의 선택을 좌우합니다.
덕분에 편리하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 하나는 점점 잊혀집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기만의 취향을 지키는 것은 이제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아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기술이 된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고, 나만의 취향을 가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좋아요' 대신 '진짜 좋아요'를 찾는 연습
SNS 피드를 보다 보면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가 추천한 책, 유튜버가 말한 인기 아이템, 요즘 유행하는 전시회까지. 흥미롭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이 정말 ‘좋다’고 느끼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나만의 취향을 가꾸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좋아함’이 필요합니다. 무언가에 끌렸을 때, 그 이유를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영화를 보고 감명받았다면 단순히 “재미있었어”에서 끝나지 않고, “왜 재미있었는지”, “어떤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지”를 적어보는 겁니다.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진짜 좋아하는 것’과 ‘그냥 유행이니까 본 것’ 사이의 경계가 명확해집니다.
또한, 취향의 목록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좋아하는 영화 감독, 좋아하는 색상, 자주 듣는 음악의 분위기 등을 메모장이나 다이어리에 적어보세요. 이 리스트는 단순한 취향의 나열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알고리즘에서 잠시 벗어나기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나의 클릭과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처음엔 신기하고 편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점점 비슷해지고, 익숙한 취향 안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이것은 ‘취향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디지털 필터 버블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 필터 버블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선 ‘우연’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평소에 잘 들어가지 않는 카테고리의 서점 코너를 기웃거리거나, 유튜브 자동 재생을 끄고 직접 영상을 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책이나 음악도 추천 알고리즘보다는 실제 서점, 도서관, LP샵 등을 돌아다니며 ‘물리적 탐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해보세요.
‘디지털 디톡스’도 때때로 필요한 활동입니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SNS나 동영상 플랫폼을 끄고, 오롯이 혼자만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죠. 그렇게 확보된 ‘비알고리즘적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취향을 삶으로 확장하기
취향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힘이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탐색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 나갈 때 우리는 좀 더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있다면 단순히 사진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중고 마켓을 둘러보거나 가구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다양한 원두를 비교해보고, 직접 드립커피를 내려보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는 것이죠. 중요한 건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의 태도로 취향을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짜 ‘취향을 삶으로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나만의 취향을 남과 공유하는 것도 취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거나, SNS에 취향 컬렉션을 업로드해보세요. 단,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남이 ‘좋다’는 이유로 내 취향을 바꾸지 않도록, 나만의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향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관심사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방향이든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관찰하고, 정리해나가는 태도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나만의 세계를 지킨다는 건, 결국 스스로를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무수히 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중심을 잡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 이 여정은 결코 빠르지 않지만, 그만큼 깊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 줍니다.
당신은 요즘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그 ‘좋아함’은 진짜 당신의 것인가요?
지금 이 순간, 나만의 세계로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