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또 다른 방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번 글에서는 MBTI에 싫증을 내던 요즘 사람들이 새롭게 찾는 성격 테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1. MBTI의 대중화와 그로 인한 피로감
“너 T야? J야?”
한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던 말이다. MBTI는 더 이상 단순한 심리 테스트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분류하고 캐릭터를 설명하며, 데이트 상대를 고르고 면접을 준비하는 도구로까지 활용되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4가지 알파벳 조합에 정체성을 부여했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나’를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대중화는 늘 양날의 검이다.
처음엔 신선하고 재밌던 MBTI가 이제는 “또 MBTI야?”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번진 ‘MBTI 피로감’은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복적인 테스트, 피상적인 해석,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 그 피로의 주된 원인이다.
예를 들어, “F는 감정적이라 일 못함”, “T는 냉혈한”, “INFP는 예민충” 등 MBTI 유형으로 성격을 너무 단정 짓는 경향이 오히려 ‘성격 테스트’ 본연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유형을 수시로 바꾸거나, 결과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새로운 심리 테스트, 성격 진단 도구, 자아 탐색 툴을 찾아 나서고 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더 깊이 있는 자기 이해를 추구하는 흐름으로의 전환이다.
2. MBTI를 넘어선 대안 테스트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성격 테스트는 무엇일까? 지금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는 몇 가지 테스트를 소개한다.
① 애니어그램
애니어그램은 9가지 성격 유형으로 인간의 내면 동기를 분류한다. MBTI가 행동 중심의 성격을 설명하는 반면, 애니어그램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친절한 행동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불안감을 피하고 싶어서” 침묵을 선택한다. 애니어그램은 바로 그런 ‘심리적 동기’를 중심으로 해석된다.
유형 1: 개혁가 (완벽주의자)
유형 2: 조력자 (타인 지향)
유형 3: 성취자 (성과 지향)
… 등 9가지로 나뉘며, 각각의 장점과 그림자(부정적 측면)를 함께 다룬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애니어그램 콘텐츠가 재조명되고 있다. 타인의 유형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다.
② 소울 컬러 테스트, 오라 테스트 등 감각 중심 진단
MBTI가 이성 중심이라면, 최근 떠오른 감각 중심 테스트들은 좀 더 심미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나’를 설명한다.
‘소울 컬러 테스트’는 나를 대표하는 색깔을 통해 성향을 드러내고,
‘오라 테스트’는 사람의 에너지 파동을 시각화해 성격을 묘사한다.
이런 테스트들은 테스트 자체보다도 결과 페이지의 감성적 디자인, 색감, 메시지가 MZ세대의 감정적 공감을 이끈다.
나의 색을 SNS에 공유하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감성 연결'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③ 빅파이브 성격 검사
가장 과학적이고 신뢰도 높은 테스트로 손꼽히는 빅파이브는 심리학자들이 실제 연구에 활용하는 대표적 성격 분석 도구다.
다섯 가지 요인: 개방성 / 성실성 / 외향성 / 친화성 / 신경성
이 테스트는 단순히 유형을 분류하지 않고, 각 항목을 0~100%로 점수화해 스펙트럼 형태의 결과를 보여준다.
MZ세대 중에서는 특히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 혹은 커리어 탐색 중인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직장에서 활용하기에도 무리가 없고, 자기 객관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3. 성격 테스트는 결국 ‘자기 이야기’의 도구
왜 우리는 이렇게 성격 테스트에 집착할까?
그것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방식을 반영한다. MBTI든 애니어그램이든, 색깔 테스트든 결국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직업의 수명은 짧아졌고, 인간관계는 유동적이며, 취향과 가치관도 매체에 따라 변한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을 붙들어줄 뭔가가 필요하다. 성격 테스트는 그중 가장 가볍고, 안전하고, 재미있는 방법이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점점 단순한 유형 분류보다는 ‘복합적이고 유연한 자기 설명 방식’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난 INFP야”처럼 말하던 시대에서 “나는 성취 욕구가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 눈치를 보기도 해”라는 복합적 자아 서사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성격 테스트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람들의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언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MBTI 피로감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피로하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더 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성격 테스트들은 그 욕망을 좀 더 정교하게, 혹은 더 감성적으로 채워줄 수 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나를 탐색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MBTI를 넘어서, 이제는 나만의 성격 언어를 찾아볼 차례다.